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보고나니 아이언맨3의 그 감성이 또 그리워져서(...). 곧 크리스마스라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해서 오랜만에 봤다. 내 기준 마블에서 그 캐릭터만의 어떤 고유한 감성이 묻어나는 히어로를 꼽자면, 아이언맨이 1위,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2위인 것 같다.
이번에 스파이더맨을 보고 느낀 건, 확실히 스파이더맨은 성장 서사의 느낌이고(어린 소년의),
아이언맨은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 히어로이면서도 가장 인간다운(뭐 인간이니까) 면모를 잘 보여줬단 생각. 특히 아이언맨3에서.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다했지 뭐....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눈 휘날리는 설경에 토니 스타크가 혼자만의 싸움을 해나가는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고, 제일 와닿아서 아이언맨3를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개발자로의 전향을 결심하고 이 길을 걷고 있다보니 예전과는 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도 토니 스타크가 자신을 다시 바로세우기 시작하면서 본인을 새로이 지칭하는 네임이 'MECHANIC', 일명 정비공이다. 개발자가 정비공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동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느꼈던 게 둘은 기술자라는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자로서의 면모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1
잠 안온다고 밤새 만든 토이 프로젝트,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
개발자들이 본업 이외에 개인적인 취미나 기타 등의 이유로 작업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토이 프로젝트'라 부르는데,
불안 증세로 잠을 못자던 토니가 그 시간동안 만든게 이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이고, 일명 정비공의 토이 프로젝트가 되시겠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나중에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겠지(...). 결론적으로는 생명을 구한 프로젝트가 되었지만, 토니는 이걸 일종의 취미 생활이었다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느꼈던 건, 사실 지금 프로젝트 큰 걸 하나 마치고 나니 다시 큰 프로젝트에 손을 대기가 마냥 쉽지가 않은데, 토니처럼 이렇게 보다 가볍게 토이 프로젝트로 다시 시작해보잔 것. 토니의 불면증은 지금 큰 프로젝트에 다시 뛰어들기 어려운 내 두려움과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 그래서 토니가 그 불면증을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 작업을 통해 견뎌냈고,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듯 나도 작은 토이 프로젝트로 다시 시작해보잔 거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처럼 나도 똑같은 작업이지만 여러 개의 기본 뼈대를 만들되, 거기서 이런저런 새로운 살을 덧붙여 저렇게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아이언맨들을 만들어보잔 것.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2
마침내 성공해냈을 때의 그 말할 수 없는 성취감, 마크 42의 성공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까진 아니었지만, 새로운 기술(팔 흔들면 아이언맨이 조각조각 다 날아와서 합쳐지던 거) 적용해서 첫 시도에 성공해냈을 때의 성취감에 "I'm the best."라고 말하던 토니의 모습에서 떠올렸다. 단번에 해결되지 않아 오래 골머리를 앓던 버그를 고쳤거나, 프로젝트를 마침내 완성했을 때의 그 성취감을!
개발하면서 사실 개발을 재미있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인데, 그래서 이것이 개발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힘들어지면, 그 성취감도 금새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지는... 다시 그 느낌을 떠올려보고, 자신감을 좀 되찾고, 작은 프로젝트(난이도도 좀 낮게)를 해서 다시 성공시켜 보잔 것!
토니처럼.
#3
번뜩이는 창의력, 원숭이 게임(?)
토니가 진짜 기술자로서도 천재적이기는 하지만 이 장면에서도 정말 감탄했던 게, 어떻게 저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과연 천재를 뛰어넘은 '히어로'가 되려면 저런 창의력이 필요한 거구나... 하고 배웠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저 상황에서 4명만 구할 수 있었던 기술력의 한계 안에서 13명의 사람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찾았다는 게. 나같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자비스가 4명만 구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어떤 4명을 먼저 구해야 하나부터 생각했을 것 같았던(...). 여자부터? 노인부터? 막 이런... 문과생의 한계인가?!
아무튼 이 장면을 보면서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서는 역시 기술로서만은 한계구나, 그 안에서 기지를 발휘해 어떻게든 알맞은 답을 찾아내야 하는 인간의 어떤 고도화된 지능이 꼭 함께 필요하구나 했고,
프로그래밍 맥락으로서는 몇 개 안되는 문법(...)으로 다양한 상황에서의 쓰임을 고민하고, 문제 상황들을 해결해야만 하는 개발과 비슷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저런 재능 기르려면... 어쨌건 보다 많은 경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단 게. 그러니까 연습으로라도, 경험, 또 경험이다. 시간을 투자해서.
그래서...
어쩌다보니 교훈글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렇다. 교훈과 이겨낼 힘을 얻은 것이 사실! 영화 그 자체가 주는 엔터테이먼트 특성상의 스트레스 해소, 릴렉스가 된 시간이었음은 물론이고.
평생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기술자의 삶에 뛰어들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는 중에 있다보니 오래 전 봤던 영화를 보는데도 이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보이는 여러 요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내가 원했던 것 중 하나이기도 했고..!(삶에 대한 관점을 넓히는 것?)
아무튼. 아이언맨은 위대하다(엥?)! ㅋㅋㅋ
토니가 개인적인 고뇌의 시간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어려움을 겪고 이겨냈듯,
배우자,는 것! 그리고 나도 잊지 말잔 것. 어려울 땐 초심으로 돌아가기. 토니가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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