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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지표

도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中



- 책 소개
단순히 세계를 이끄는 일류 기업의 문화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택해 읽고 있던 책인데
저자의 직업이 우연히도 또 개발자라 놀랐다.

이 책의 저자 박정준님은 책에 따르면,
"평균 근속 연수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에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2년을 근무하며 근속 연수 상위 2퍼센트의 사원이자 아마존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한인이 되었다. 그 덕분에 아마존이 하나의 스타트업에서 세계 1위의 기업으로 마법같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경험했다."
와 같은 경험을 한 분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비교적 읽기 평이한 에세이 형태고, 그래서 옆에서 누가 친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라 보다 전해지는 느낌이 더 생생하달까.


- 인상깊었던 부분
그러던 중 오늘 읽은 부분에서, 박정준님이 소개한 아마존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두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인상깊은 부분이 있어 이렇게 소개한다.

그 두 천재란 중국계 1.5세인 애덤과 유대인계 백인 로니다.
애덤이 가진 삶의 철학(비상한 재능과 지능을 갖추고 있으나 세계 명문 대학 거절하고 하이킹하기 좋은 평이한 대학을 선택(...) -> '무엇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라는 방식에 대해 집중하고 선택해나감)도 삶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찰하기 좋은 인상깊은 대목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발 공부를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맞닥뜨린 로니에 대한 묘사가 더욱 와닿았다.

로니는 한국인스러운(?) 저자인 박정준님과 다르게, 시간이 걸려도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끈기있게 개발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과정들에서 승리를 해낸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가져와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로니는 바로 이 잔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개발을 하다가 막히면 나는 종종 전체를 이해하기보다는 이것저것을 시도해보면서 얻어걸리기를 바라기도 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쓴 코드를 찾아보며 빠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니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으로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진행하니 이해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간극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의 이해력은 스펀지마냥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반면 로니에게는 수십만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의 지도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p.95-96



이거였다. 사실 나도 비전공자인지라, 오늘도 개발을 학습하던 중에,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썼던 '로딩'이라는 단어에서조차 멈칫, 하게 되어 또 새로이 '로딩'이란 컴퓨터공학 용어로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찾아보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느꼈던 점이, 이렇게 일일이 찾아가며 하는 게 정말 맞는걸까? 다들 코드는 주르륵 잘만 써내던데, 나도 취업이 당장 목표라면 이런 부분은 잠시 접어두고 빨리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해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전에 이미 그런 방식으로 진행해보려다, 도저히 나와는 안 맞는 방법임을 깨닫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방식으로 해나가자고 결심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래도 그렇게 하나씩 다시 배워가며 코드를 써내려갔는데. 그래도 사실 모두 이런 방식으로 개발을 학습한 것은 아니니 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기보다는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었더랬다. 그렇게 하면서 실제로는 나도 점점 전체적인 윤곽이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면서 놀라워했으면서도(그러니까 그 방법이 맞다는 걸 느꼈으면서도).

그러다가 만난 것이다. 위의 구절을. 그래서 안심했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아, 맞구나. 내 방식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술만 배워서는 그렇게 코드들을 잘 써내려가는지 나로서는 부러움+궁금함이 일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난 경험으로 보았을 때도 분명 이렇게 스스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나씩 이해해가는 과정을 거치니 컴퓨터의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객체지향에서 객체와 메서드를 통해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고 그 과정을 통해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분명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확신을 가지고 내 공부 방법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경험으로도 직접 느껴서인지, 그래서 위의 구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와닿았다. 공감은 물론이고 말이다. 일부러 찾아본 것도 아닌데, 읽고 있던 서적에서 우연히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만나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택한 방식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주어 그 기쁨이 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그러니 가자, 앞으로도 쭈욱! 포기만 하지 말자고 제 2의 결심을 해본다.